무한 루프 Infinite loop

2022. 4. 13. - 4. 27.

홍티아트센터
부산광역시 사하구 다산로106번길 6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안겨준다"라는 믿음으로 우리는 계속하여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를 받아들인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새로운 전자 제품을 구입하고 그 전의 기술들은 잊히고 고물이 된다. 이 무한 발전의 루프 안에서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고 이 발전의 속도는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한계를 넘기도 한다.

처음 프로그래밍을 배울 때 여러 가지 금기를 배우지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무한 루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이다. 프로그래밍의 목적은 컴퓨터의 계산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므로 무한히 반복되는 반복문을 프로그램이 실행하게 되었을 때는 영원히 우리는 원하는 계산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이번 전시 “무한 루프 infinite loop”에서는 이 두 가지의 다른 성격의 무한 루프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이를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이 무한 루프들에 대한 생각은 각자 모두 다를 수 있다. 긍정적인 현상일 수도, 비판해야 할 위험일 수도, 아니면 그냥 단지 즐거운 것일 수도 있다. 무한히 반복되는 것의 한 스냅샷, 무한히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보고 들을 수 있는 기계들을 바라봄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한 번 의심하고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더 나아가 이를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



1층 공동작업장

① 산책로 - 010 이전의 흔적, 2022, 홀로그램 시트지

2000년대, 우리는 다양한 모양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터치스크린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버튼과 스크린(들), 안테나들로 구성된 핸드폰은 제각각의 기능적 특징과 색깔,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두 사장되었고 지금은 많이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 우리는 011, 016, 017, 018, 019 등의 다양한 번호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고, 이 번호들은 010으로 통합이 되었다. 이 작품은 우리가 통신을 통해 소통하는 것의 한 길고도 짧은 순간의 역사를 보여주는 스마트폰 이전의 핸드폰들의 흔적으로 전시장을 관통하는, 빠른 속도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고고학적 기록이자 산책로이다.

② 사운드스케이프 - 중앙대로, 2022, 라디오 플레이어

2022년 현재,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엔진 소리가 거의 없는 전기자동차는 우리 일상의 소리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당장 전기차 보유 비율이 높은 제주도만 해도 길거리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소리가 점점 덜 들리고 있다.) 아직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많이 돌아다니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그 많던 피쳐폰이 몇 년 사이에 순식간에 멸종된 것처럼 내연기관 자동차도 어쩌면 곧 미래의 이동수단으로 여겨지는 (이미 상용화되었지만) 전기차, 자율운전 자동차로 교체되어 우리가 도시의 길거리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환경은 지금과 매우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소리는 2022년 4월 어느 날 부산 중앙대로에서 녹음한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로 이제는 인터넷과 저장장치의 발전으로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사라지지는 않고 있는 라디오 FM 전파를 통해 휴대용 라디오에서 전시장 안에 재생된다.



2층 전시장

③ 따라하는_것들[12], 2022, 혼합재료

12개의 장치, 이 장치들은 각각 독립된 장치로써 작동한다. 각 장치는 각자의 리듬에 맞춰 단순하게 듣고, 이 들은 소리를 반복한다. 각 장치는 마이크로 들어오는 소리를 녹음하고 스피커로 그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마이크와 스피커의 특성을 통해 다른 소리로 변형된다. 이 과정에서 한 장치의 소리는 다른 장치들에서 반복되고 이 반복으로 소리의 변형은 중첩되고 증폭된다. 장치들의 작동 주기에 따라 소리는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등장하여 장치들 사이를 떠돌고 장치들은 이를 무한히 반복한다. 이 장치들은 서로의 소리로 소리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즉흥곡을 무한히 연주하게 된다.

④ 기어다니는_것들[8], 2022, 혼합재료

8개의 기어 다니는 물체들, 이들은 로봇청소기처럼 앞으로만 움직이고 단순하게 앞에 장애물이 있으면 옆으로 돌기만 한다. 이 물체들은 인조털을 뒤집어쓰고 특별한 목적이 없이 단순히 전시장을 온종일 돌아다니기만 한다. 우리는 이들의 움직임을 높은 곳에서 멀리서 마치 동물원에서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 우리와 같은 위치에서 바라본다. 동물은 “움직이는 것들”이란 뜻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자주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반대로 끊임없이 움직인다. 무한히 목적 없이 움직이는 기계, 우리는 이를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